김조성(가명·26)씨는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한다. 2년 간 취업준비를 했지만 맘에 드는 직장을 잡지 못하던 중 ‘집에서 노느니 나와서 일이라도 도와달라’란 말에 어쩔 수 없이 창고 정리 등을 맡고 있다. 김씨는 맘에 드는 직장이 나타나면 언제든 나가서 일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슈퍼에서 시간 때우기가 벌써 6개월째다.
이런 김씨가 통계상으론 취업자다. 아버지 돕는 것도 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취업자로 치는 것이다. 지난 9월 청년실업률이 7.9%를 기록하며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자릿수를 넘던 청년실업률이 8% 밑으로 떨어지자 정부는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했다. 또 지난 4일 통계청은 우리나라 직장인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32.5%라고 발표했다. 뒤집어 보면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정규직이란 얘기다.
그러나 체감 고용 상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젊은이들 가운데 번듯한 직장에서 만족하고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639만명인 20대 인구를 취업 상태별로 구분하면 총 11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① 실업자
이곳 저곳 입사 원서를 내고 있는 청년들이다. 통계상 실업자는 직장에 적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 입사 원서를 내는 등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9월 청년실업률이 7.9%를 기록했다는 것은 청년 100명 중 7.9명이 현재 직장 없이 직업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총 31만8000명이다.
② 비경제활동인구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청년들이다. 전체 639만명 가운데 234만명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한다. 사연은 갖가지다. 학생인 경우가 가장 많고 군대, 가사, 양육, 그냥 쉼, 고시 준비, 취업 포기 등 어떤 이유에서건 일과 구직활동 모두 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토익학원을 다니는 등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 자신을 실업자라 생각하기 쉽지만, 취업 원서를 내는 등 구체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그래서 원서 내는 것을 잠시 접어둔 채 학원 수강 등 취업 준비에 돌입하면 실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신분이 바뀌면서, 통계상 실업자가 줄어드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 최근 청년실업률 완화는 이에 따른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② 가족종사자
김조성 씨 처럼 자영업 등을 하는 가족을 돕는 사람을 의미한다. 스스로 창업할 능력은 안되고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니 가족 밑에서라도 일을 하는 것이다. 가족 종사자들은 부모의 일을 이어받길 원하지만 갈수록 수명이 길어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연구원 등 자료를 보면 대략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④ 자영업자
부모 등의 도움을 얻어 창업에 나선 청년들이다. 20대 자영업자는 20만명 선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성공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수민(가명·27)씨는 그의 블로그에 “취업이 쉽지 않아 죽을 각오로 커피숍을 열었는데 손님이 계속 줄고 있다”며 “이마저도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나”라고 썼다.
⑤ 한시적 취업자
근로계약기간이 1~2년 등으로 정해졌거나, 업무 완료 등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청년들이다. 또 단기 계약을 계속 갱신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반 기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20대 한시적 취업자는 지난 3월 기준 65만9000명에 이른다. 계속 취업 도전을 해보다가 여의치 않아 일단 한시적 취업자로 근무하는 청년들이 많다.
⑥ 시간제 취업자
하루 4시간 근무 등 파트 타이머를 의미한다. 이런 청년이 42만1000명에 달한다. 취업준비생인 경우가 많다. 백화점·마트·편의점·식당 등에서 시간을 쪼개 일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⑦ 비전형 취업자
파견, 용역, 일일근로자 등 간접 취업자를 의미한다. 파견업체나 용역업체에 소속돼 일손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나가 일하거나, 그날 그날 소개 받아 일을 하는 식이다. 이런 청년은 14만2000명이다.
⑧ 특수고용직
근로자인 듯 근로자 아닌 사람들을 의미한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화물차 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계약직 학원강사, 안마사, 술집 종업원 등을 넓은 범주에서 특수고용직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소속 업체가 있고 돈도 이곳에서 받는다. 그러나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자신이 일한만큼 돈을 받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⑨ 추가취업 희망자
현재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이 돈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는 소득이 형편없이 낮거나 4대보험 혜택을 못받는 사람들이 많다.
⑩ 무늬만 정규직
1~2년 등으로 근로 기간을 계약하지 않았고 하루 종일 일하다 시피 한다. 그러나 급여는 낮다. 거의 종일제로 일하는 식당 종업원, 사무 보조원, 백화점·마트·편의점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통계상 비정규직 근로자로 분류되려면 근로 기간 계약 등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 기간을 정한 것도 아니고 파트 타이머로도 일하지 않으면 통계에선 정규직이 돼 버린다. 하청 중소기업 소속으로 대기업에 나가 대기업 직원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적은 월급을 받는 사내하청 근로자도 무늬만 정규직에 해당한다.
⑪ 진정한 정규직
위의 10가지 유형을 모두 빼고 나면 비로소 가족이나 친구에게 “나 취업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정규직 청년들을 구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청년 중에서 다수보다는 소수에 가깝다. 공식 통계로는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각종 취업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종합하면 10명 중 1명도 안될 것이란 게 청년들의 얘기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무늬만 정규직이 몇 명인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통계가 없고, 상당수 통계의 연령별 자료 공개가 미진해 20대 중 진정한 정규직이 몇 명이나 되는지 추산하기 어렵지만 20대 중에선 10%가 안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